[창작] 주사 by 무중력나비

1

필름이 끊겼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바지 끝자락에는 토사물이 말라붙어있다.

카드기록을 확인해본다. 택시비밖에 없다. 다행이다.

책상 위에는 곡이 쓰여져 있다. 나는 쓴 적이 없는데, 어김없는 내 필체다. 악보는 읽을 줄 알지만, 작곡은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데.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린다. 그래도 한번 흥얼거려본다. 멜로디가 꽤 괜찮다.

별일이 다있네. 곡을 버려버린다.


2

두 번째 필름이 끊겨버린날, ATM 에 출금기록이 있다. 근데 나한테는 그 돈이 없는데. 경찰에 신고를 한다. 씨시티비를 돌려보니, 내가 출금한게 맞다고 한다. 나한테도 보여줬는데, 빼박 나다. 내가 기억이 나지 않을 뿐. 뭔가 찝찝하지만 돈을 잃어버렸구나.

며칠 뒤에 집으로 기타가 배달된다. 나는 주문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어김없이 주문했다고, 환불도 안된다고 잡아뗀다. 배달 기사가 콧방귀를 끼고 사장님한테 연락해보라고 전화번호를 준다.

없는 전화번호다.

기타를 한번 잡아본다. 어디서 많이 잡아본 느낌이다.


3

일어나보니 친구들한테 연락이 왔다. 숨겨진 재능이 있다고, 왜 말을 안했냐고 한다. 무슨 말이냐고 하니까 우튜브 링크를 보내준다.

매우 떨린다. 클릭을 한다.

길거리에서 내가 기타치고 노래하고 있다. 사람들도 제법 많이 모였다. 벌써 조회수가 200개를 넘는다.

맙소사.

사람들이 기타상자에 돈을 넣는다. 설마.

기타상자를 열어보니 돈이 나온다.

머리가 아프고 울렁거리지만 꼬깃꼬깃한 지폐를 들고 술을 사러 간다.

제 주사는요, 천재가 되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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